정상화
예울림
2012-11-13 ~ 2012-11-30

갤러리미고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초월해 전통과 현대를 오가는 동시대적인 공간을 마련했다.
정상화의 2차원 평면회화, 그리고 3차원적 요소인 백자와 현대적인 조형언어가 반영된 고가구의 만남을 주제로 전시를 한다.

정상화의 작품은 한국에서 모노크롬이라고 하는 미술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작업으로, 그의 작품속의 색에는 다른 색들을 머금고 백색을 표방하고 있는 모노톤 회화이다.
'캔버스의 모든 것은 채워져서 비워져야 한다.'라는 것이 정상화 작업의 지향점이다.
'가득 차다'라는 것이 동양화에서의 여백이라는 공간의 개념이다.
정상화 작품에는 색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흰색에서는 우리의 민족성을 느낄 수 있다. 서구 사람들은 유채색이 있어야만 흰색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우리는 흰색 하나만으로도 흰색을 안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색이다. 그리고 청색에도 정상화의 얼이 있다. 청색 속에 흑백이 있고, 청색 속에 흰빛이 들어가 있다.

백자항아리도 비워져 있는 듯 하나 한편으로는 가득 채워져 있는 모습이 옛 우리 선조의 인(仁)과 예(禮)를 담고 있으며, 순백색 그 자체의 아름다운 모습이 우리의 얼이다.

고가구는 오랜 전통이 숨 쉬는 소박하지만 품격 있는 우리 삶, 그 자체가 조형물이다. 절제된 생활을 추구하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취향에 맞게 검소하고 단순하지만 격조 있는 조형미를 가진 가구다.

백자항아리와 고가구들은 이미 골동품으로 시간의 유물로 해석된다.
그리고 정상화 작가의 회화는 우리 미술의 흐름을 알아보는데 반드시 언급해야 할 대표하는 작가로 동시대를 그대로 반영한다.
고가구와 백자, 정상화의 단색조 회화는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공간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게 재현해내고 있다. 백자항아리와 고가구, 그림은 단순히 조형물과 평면이 결합하는 가시적 차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계되어 창조된 새로운 어울림을 이끌어 낸다. 이들의 절대적 어울림 속에서 우리의 삶과 이야기가 어울려져 예(藝)와 시정(詩情)을 느낄 수 있다.

인간 개개인은 자신이 속한 공간과 지나온 시간대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몸으로 인식하고 있다.
본 전시는 과거 유물인 백자와 고가구, 현대회화 정상화 작가의 작품 등 서로 다른 장르가 교류하고 어울려 수백 년의 시간을 거슬러 작품 속의 서사성, 회화성을 함께 읽어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삶의 여유와 쉼의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