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Jea-Hyun

박재현 개인전
2013-03-16 ~ 2013-04-05

희망을 의심하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희망은 자신이 바라는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나 예측을 의미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주로 실현 시간이 불명확하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나는 언제부터 희망을 가졌을까? 왜 희망을 가지게 되었을까? 희망을 가지라고 배운 것은 아닐까? 아니 누군가 희망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문득 이런 의문들이 생겨났다.
사람들은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삶의 에너지를 제공해준다고 믿는다. 희망은 누군가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의도된 희망을 주입하고 그것을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들여다보면 희망이라는 단어보다는 불안, 공포, 외로움 등의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가 매일 소통할 수 있는 시대에 어떤 이는 집에서 죽은 지 몇 개월이 지나 주검으로 발견되는 일이 일어나고, 어떤 이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는 ‘마을’, ‘이웃’ 이라는 단어조차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에 클릭 한 번이면 끝날 수 있는 허상과 넘쳐나는 소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허상과의 소통은 쇼핑 중독처럼 하면 할수록 허기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러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방식과 도구들을 만드는 이들은 우리의 외로움, 불안, 공포, 소외 등을 잠시 잊게 하는 고객만족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내고는 우리를 다시 현실로 던져버린다.
이렇게 던져진 우리는 현실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을 의심할 정도의 삶을 살면서도 가상의 공간에서는 현실과는 전혀 다른 자신으로 포장하고 복제한다. 그리고 때로는 가상공간에서의 자신과 현실에서의 자신을 혼동하며 살아간다.
결국 우리는 불안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또 다른 희망을 향해 가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조차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번 전시는 이 시대에 작가로서 명확하게 무언가를 제시 할 수 없는 나 자신의 무력함과 불안함, 딜레마 등을 표현하고 싶었다.

- 박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