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o pil-suck

허필석 개인전
2013-04-13 ~ 2013-05-04

나에게 바다는 어떤 표현대상의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시작과 끝이다. 바다에서 시작하여 바다로 끝이 나는 이것은 아마 현실에 살고 있는 이 지구상에 어디를 시작해도 바다에서 시작이고 다시 바다가 끝이 나며, 또한 그 바다가 또 다른 시작점이 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끝이라고 생각한 것이 다시 시작을 의미하고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즉. 모든 세상원리의 굴레 속에 이어가는 하나의 본질의 변형이며, 변형된 상황과 현실은 하나에 출발점에 모인다는 점이다.
앞과 뒤의 차이는 불교에서는 종이 한 장의 차이로 너무 다른 의미를 가지며, 그 의미의 본질은 곤 하나이다.
인간에게 느끼는 자연의 형태는 하나의 본질에서 무한한 가능성으로 또 그 무한은 곧 하나의 본성으로 통한다.
자연은 그저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마주한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바다의 의미는 다르다.
아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절규와 평온, 선과 악, 이모든 상황은 그저 인간이 만들어 놓은 변형과 왜곡의 수식어일 뿐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두 가지의 정반대되는 바다의 기억이 있다. 어떤 곳으로 가고픈 동경의 대상의 모습과 죽음의 사투에서 벗어난 하나의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그대로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단정지어버리는 것일까?

이번작업은 명상과 사색의 깊이를 가지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나와 바다사이에 부처의 모습. 정면을 바라보는 현재의 반가 사유상(半跏思惟像)과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앉은 미래의 미륵보살 반가상(彌勒菩薩半跏像). 원래, 반가 사유상(半跏思惟像)은 반가부좌의 준말인 '반가(半跏)'와 생각하는 불상이라는 뜻의 '사유상(思惟像)'을 합친 말로 지금의 나의 작업의 모태로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우리가 지금 한순간 순간 마주치는 현재는 늘 과거가 되어버리고, 그 과거도 그 옛날부터 찾고 싶었던 미래일 것이다. 혹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거의 모습은 뒷모습을 연상하게 되고, 다가올 미래는 자신을 바라보는 어떤 대상 일 것이다.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앞과 뒤의 차이는 불교의 가르침으로 종이 한장의 차이일 뿐이며, 보편적인 정의에 반기를 들며, 모든 현상은 하나의 본질을 가진다는 의미다.
나는 이 순간 과거, 현재, 미래에 공존하며 명상에 잠기며 조용히 붓을 든다.

2013.02.23.(토) 작업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