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g Bo Young

Lingering light
2020-02-27 ~ 2020-03-15


[작가노트]
부재의 현전을 다루는 데 필요한 공간재현을 통해 시간의 요소를 도입하여 비물질과 물질이 공존하는 시공복합체(時空複合體, space-time complex)로서의 회화를 구축하고자 한다.
부재의 현전을 위한 공간재현의 방법론은 극사실회화와 바로크 회화의 방법론을 수용하고 절충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일환으로 사물의 경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신, 어두움의 층과 시간과 사건의 도입으로 사물의 경계를 불투명하게 함으로서 화면 너머 가상의 침잠지점을 강조한다. 이 지점이 부재의 현전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것으로 나의 재현의 핵심이며 이를 요약해서 ‘부재의 리얼리즘'(Realism of Absence)으로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텅 빈 공간 혹은 사물에 드리워지는 빛, 시간에 따른 대기 색조의 변화만큼 그리기에 대한 충동을 주는 요소는 없었다.
‘빛을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그림자를, 그림자를 그린다는 것은 동시에 빛을 그린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정물을 빌어, 공간을 빌어 빛을 그려온 지금, 지극히 근본적이고 자명한 이 문구를 떠올리게 된다.

_정보영